
●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 기행문(1)
ㆍ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로 향하는 설렘 가득한 여정으로 인해 인천공항은 늘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공간. 9시 33분, 우리 일행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B777-200은 낯선 땅 베트남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2,685km의 여정을 실감했으며 4시간 20분 비행 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한국보다 2시간 느린 11시 53분(베트남 시간), 드디어 베트남 땅을 밟은것이다.
ㆍ짐을 찾고 공항을 나서는 순간, 활기 넘치는 베트남의 공기가 온몸을 감쌌으며 12시 49분, 우리를 맞이해 준 든든한 두 분의 가이드(한국인과 베트남인)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의 친절한 미소와 함께 베트남어 인사말 "씬짜오(안녕하세요?)"를 따라 해 보니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고 "똣(좋아요)", "씬깜온(정중히 감사합니다)"까지 익히니 간단한 소통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겼고 또한 처음 맛본 베트남식 냉면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ㆍ시원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우었고, 달콤한 연유 커피는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주었으며 수도 하노이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흥미로웠다.
ㆍ붉은 강, 홍강(상류 지역에서 붉은색을 띠는 점토와 광물질을 많이 운반하기 때문에 강의 색이 붉게 보이고, 이 붉은색 때문에 '홍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을 끼고 800만 명이 살아가는 활기찬 도시라니! 베트남 제3의 도시 다낭의 인구가 300만 명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4월 30일 통일기념일을 앞둔 때라, 가는 곳곳마다 아파트에 휘날리는 베트남 국기를 볼 수 있었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ㆍ하노이 시내 관광은 전동카를 타고 36 거리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전동카 주변으로 차량, 오토바이, 시클로가 정신없이 얽히며 경적을 울려댔다. 한국에서 경적은 "야, 비켜!" 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내가 가니 조심해!" 뜻이라나?
ㆍ그 혼잡함 속에서도 신기하게 접촉사고 하나 없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가이드는 도로에서의 우선순위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버스, 승용차, 오토바이, 시클로, 그리고 길을 건너는 사람 순서입니다"라니! 독특하면서도 나름의 논리가 있는 듯 했다.
ㆍ베트남 전역의 오토바이 운행 대수가 2024년 9월 기준으로 7,700만 대나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는데, 정말이지 어딜 가나 오토바이의 물결이었으니 그 수가 짐작이 갔다.
ㆍ가이드의 감동적인 서비스는 이동 중에도 계속되었다. 직접 요리한 김치볶음밥을 비롯해 신선한 망고, 향긋한 커피와 차, 그리고 요플레까지 푸짐하게 제공해 주니 마치 VIP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ㆍ베트남의 남북으로 긴 국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남북 길이가 1,650km나 되고, 도로 사정으로 인해 버스로 이동하려면 약 24~30시간이나 걸린다고 하니, 수면버스가 운행되는 이유를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ㆍ또한, 베트남 인구 1억 명 중 무려 1천만 명이 한국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의식주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으며 한국 기업에 취업하면 두 배의 봉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뜨겁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ㆍ베트남 국민들의 강한 자긍심과 애국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베트콩(Việt Cộng)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Mặt Trận Dân Tộc Giải Phóng Miền Nam Việt Nam)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 용어는 "베트남 공산주의자"를 의미하는 베트남어 "Việt Nam Cộng Sản"의 줄임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몽골, 프랑스, 중국, 미국, 인도와의 기나긴 전쟁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들의 자부심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하게 했고, 마을 어귀에 자리한 묘지가 수호신으로 추앙받는다는 독특한 문화도 흥미로웠으며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와 고깔모자인 '논'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ㆍ드디어 하롱베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파도, 짠내, 갈매기' 세 가지가 없는 3 무의 바다라니! 대신 매가 많아 갈매기를 다 잡어 먹는다는 점이 특이했다.
ㆍ하롱베이의 생성에 얽힌 전설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하늘에서 용들이 내려왔는데 용들은 입에서 수많은 보석과 구슬을 뿜어냈고, 이 보석과 구슬들은 바다에 떨어져 다양한 모양의 기이한 섬과 암초로 변했으며 이 섬과 암초들은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외세의 침략을 막아주었고, 덕분에 베트남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ㆍ전쟁이 끝난 후, 용들은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풍경에 매료되어 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 머물렀고, '하롱(Hạ Long)'이라는 이름 자체가 "용이 내려오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이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ㆍ이 전설은 하롱베이의 수많은 섬과 기암괴석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설명하며, 베트남 사람들에게 하롱베이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신성하고 영험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으여 또한 외세의 침략을 막아준 용들의 이야기는 베트남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상징하기도 했다.
ㆍ그리고 1,96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하롱베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고 하노이, 하롱베이, 하이퐁 세 지역이 베트남의 중요한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는 정보도 유익했다.
ㆍ베트남의 중산층(기득권층)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의외였다. 기름값이 한국 돈으로 약 1,000원 정도인데, 자신의 월급의 50%를 지불하면서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자가용을 유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ㆍ두 시간여를 달려 우리는 하롱베이 마사지 장소에 도착했다. 17시 40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90분 전신 마사지를 받으며 여독을 풀 수 있었다. 부드러운 손길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ㆍ저녁 식사는 한식당에서 샤부샤부와 함께 베트남 증류식 전통 소주인 넵모이를 곁들이며 베트남을 음미했으며, 또한 타지에서 맛보는 익숙한 한식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ㆍ저녁 8시 40분, 하롱 야시장을 짧게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형형색색의 기념품과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긴 하루였지만, 다채로운 경험과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ㆍ
ㆍ내일은 드디어 그 아름다운 하롱베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차례다. 3 무의 바다, 그리고 수많은 섬들이 만들어낼 비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